중국 고대 일상사- 저녁의 환락가 (1)
석양이 내려앉는다. 한 여성이 창가에 기대어 멍하니 있다. 실연이 라도 당한 걸까 바로 옆에는 악기가 놓여 있고,
탁자 위에는 산나물처럼 보이는 것이 수북하다. 집 안이 휘황찬란한 걸 보면 고귀한 집안의 여성인 듯하다. 보통은 여기서 시라도 읽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도 아닌 것 같다. 남편을 부임지로 떠나보내고 홀로 술을 마시는 여성이 어디 이 한 사람 뿐이겠는가.
문득 눈을 돌리면 골목 안에 있는 유곽 2층에도 비슷한 여성이 있따. 그녀는 서글픈 표정으로 창가에 서 잇다. 고급 관리들이 드나드는 유곽인 듯하다. 혼자말을 엿들어보니 "그 사람...지금쯤 감천궁에서 시라도 읽고 있을까?" 라고 중얼거린다. 감천궁은 수도의 이궁(왕이 정사를 돌보는 궁궐 이외에 따로 지은 궁궐로 행궁이라고도 한다.)중 하나다.
유곽의 여성이 황제와 접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테니, 아무래도 그녀는 조정을 드나드는 관리에게 마음을 쏟고 있는 것 같다. 상류층의 연회에는 미녀가 자리를 더욱 빛낸다. 술자리에서 시중을 드는 예기는 부채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한 층 더 요염함을 자아낸다. 손님 옆에 늘 취향에 맞는 기녀가 앉는다고 할 수 없다.
마음에 드는 기녀가 오면 남자는 술잔을 든다. 그리고 그녀도 술잔을 들어 답례를 한다. 이때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잇다면 대단한 일이다. 아울러 시장의 술집에서도 미녀를 만날 가능성은 있다. 어느 귀인이 술집에 갔다가 아름답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십 대의 외국인 아가씨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수작을 걸기 시작한다. 귀인은 마을에 아름다운 처자가 있다는 소리가 들리면 돈을 주고서라도 그녀를 손에 넣으려는 인간인 것이다.
유곽 1층에는 화려한 차림을 한 여성이 일렬로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이면 그녀들은 화장을 고친다. 후한 초기의 수도에서는 키 크고 늘씬한 미녀들이 인기가 많앗다. 후궁 중에도 장신의 미녀가 즐비한데, 특히 후한 시대에는 명제의 마황후, 화제의 등황후, 영제의 하황후 등 키가 7척이 넘는 황후들이 줄을 설 정도다.
전한 시대에는 신분을 따지지 않고 궁녀가 될 수 있었던데 반해 후한 시대가 되면 명문 집안에서 궁녀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과연 외모나 체형을 얼마만큼이나 중시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어쨌든 황후들의 모습은 이러했다. 주위를 살펴보면 역시 키가 큰 미녀는 얼마 되지 않으먀, 모두들 가느다란 허리를 꽉 묶어서 더욱 가늘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출처: 중국 고대 일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