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중국 고대 일상사- 퇴근한 관리는 어디로 갈까?

하얀불새 2023. 8. 11. 08:04

 조정에는 퇴근 시간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황제와 대화를 나누고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관리들은 황제가 퇴정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려야 비로소 귀가한다. 황제가 퇴정 명령 내리는 걸 깜박잊고 연회라도 시작했을 경우에는 아무리 시간이 늦었더라도 귀가 할 수 없었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고즈넉한 궁궐 안에서 칙명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황제가 참석하지 않은 회의라면 확실히 해 질녘에는 회의가 끝나고, 논의할 일이 남았다면 다음 날 재개한다.

 

그 외의 관리들은 아주 중요한 안건이 없는 한 이 시간쯤에는 이미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거나 어느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중에는 '새벽에 바쁜 걸음으로 궁궐에 입궐하고 , 저녁에는 머리를 감고 교외에 있는 집에서 잔다'는 시간거처럼 저녁에는 자택에서 목욕하는 사람도 있고, '아침에 궁성에 들어와서 저녁에는 숙직실로 간다'는 시가처럼 궁중의 숙직 장소로 가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퇴근하는 관리들과는 반대로, 황제가 살고 잇는  궁궐 내부인 금중을 수비하는 황문랑은 지금 시간부터 낙양의 청쇄문으로 가서 야간 경비를 지휘한다. 

이윽고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제국은 밤의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궁궐 안 촛대에는 연달아 불이 켜진다. 수도의 큰 다리에도 불이 켜지고 문에는 빗장이 질러진다. 대도시에는 건업의 남원처럼 유곽이 늘어선 구역이 있어서 아내의 눈을 피해 대낮부터 향락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이 시간대가 되면 유흥가 곳곳에서

 

"해가 지기 전에는 귀가하시는 게 좋아요"

 

라고 하는 유녀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밤까지 노는 손님은 만취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조금 위험하다. 하지만 그런 손님들이 돈을 펑펑 잘 쓰기 때문에 유녀들은 손님을 위해주는 척하면서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단 유녀도 질투를 하므로 계집질도 적당히 하지 않으면 "교활한 놈." 이나 "멍청이"라며 혼날지도 모른다.

 

고대 중국의 귀인들은 여러 명의 여자를 거느리는 게 보통이었다. 유부녀에게 손을 대면 분명 죄가 되지만, 본처 이외에 아내를 갖는 것은 법적으로도 인정되었다. 그중에는 관공서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내를 맞이해 사실혼으로 살아가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니까 너무  문란하게  놀아나면 안 되겠지만 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바탕으로 여러 명의 여성을 부인으로 들이는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골목길로 몰려든다. 귀족  자제들은 비녀를  지르고 얼굴에는 분을 바르고 있어서 일본의 헤이안 귀족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다.